AI로 오라클 문제를 그냥 풀면 안 될까?

“오라클 문제” 시리즈 2편 — Web3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을 쉬운 말로 풀어봅니다.

1편에서 우리는 블록체인의 기묘한 약점을 만났습니다. 바깥세상과 완전히 차단된 완벽한 기계라서, 현실에 대해 뭐라도 알려면 전령 — 오라클 — 에 기대야 하고, 그 전령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.

여기까지 오면 아주 자연스러운 생각이 떠오릅니다. 지금은 인공지능의 시대입니다. AI는 바로 이런 일을 잘하기로 되어 있죠. 잡음 속에서 신호를 걸러내고, 가짜를 잡아내고, 앞뒤가 안 맞는 걸 알아채는 일. 그러면 전령에게 AI를 붙여서 거짓말을 걸러내게 하면 되지 않을까?

훌륭한 직관입니다. 그리고 알고 보면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걸 가르쳐 주는 오답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. 이게 부족한지를 알면 오라클 문제의 본질이 보이거든요.

AI가 정말로 도움이 되는 지점

먼저 이 아이디어를 공정하게 봐줍시다. AI는 여기서 실제로 일을 합니다.

AI는 흘러가는 가격들을 지켜보다가 이상한 걸 표시할 수 있습니다. “이 코인이 방금 1초 만에 400% 뛰었는데, 다른 어디에서도 안 그랬다. 수상하다.” 뉴스나 보고서 같은 지저분한 사람 글을 읽고 그 속에서 구조화된 사실을 뽑아낼 수도 있습니다. 어떤 데이터 출처가 그동안 얼마나 믿을 만했는지 점수를 매겨 조용히 더 신뢰할 수도 있고, 알려진 조작 수법에 저항하도록 학습시킬 수도 있습니다.

정말 유용합니다. 날카롭고 노련한 조수를 둔 전령은 더 나은 전령입니다. 지금 오라클을 만든다면 AI는 도구함에 마땅히 들어가야 합니다.

모든 걸 바꾸는 함정

여기 문제가 있습니다. 두 번 읽어볼 가치가 있어요.

AI는 어떤 숫자가 수상해 보인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. 하지만 그 숫자가 진실인지는 말하지 못합니다.

400% 급등을 이상하다고 표시하는 건 과거 패턴과 맞춰 보는 일입니다. 똑똑하지만, 그건 직감이지 검증이 아닙니다. AI에게는 현실 세계로 손을 뻗어 실제 가격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. 결국 AI도 전령이 실어 온 바로 그 바깥 입력에 의존하는 것이고, 그 입력이야말로 애초에 우리가 검증할 수 없었던 대상입니다.

그래서 이 문제를 가장 깊이 파고든 사람들은 AI가 오라클 문제를 완전히 풀 수는 없다고 결론짓습니다. 걸림돌은 우리 AI가 아직 충분히 똑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. 걸림돌은 인식론적(epistemological) — “무엇을 알 수 있는가의 한계에 관한”이라는 어려운 말 — 입니다. 아무리 똑똑해도, 믿을 만한 연결선이 없는 바깥의 사실을 연역해 낼 수는 없습니다. 기막히게 추측할 수는 있어도, 알 수는 없습니다.

반전: AI는 신뢰를 없애는 게 아니라 더할 수 있다

더 날카로운 아이러니가 있습니다.

애초 목표는 믿어야 할 것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. 그런데 오라클 한복판에 AI를 집어넣으면, 이제 데이터 출처만 믿으면 되는 게 아닙니다. 여기에 더해:

  • AI 모델 자체(주장대로 작동하는가?),
  • 학습에 쓰인 데이터(깨끗하고 편향 없었는가?),
  • 그리고 실제로 그걸 돌린 서버(말한 그 모델을 진짜 돌렸는가, 아니면 누군가 원하는 답을 슬쩍 돌려준 건가?)

까지 믿어야 합니다. 신뢰 지점 하나를 없애려다가 셋을 더한 셈일 수 있습니다. AI는 신뢰 문제를 녹여 없애는 게 아니라, 옮기고 늘릴 수 있습니다.

그래서 오라클에서 AI란 결국 무엇인가

해결책이 아닙니다. 하나의 계층(layer) 입니다. 그 아래에는 여전히 사람이 설계한 보증들 — 여러 독립적인 출처, 정직하게 행동할 경제적 유인, 암호학적 검증 — 이 받치고 있고, 그 위에 얹힌 아주 좋은 필터이자 조수입니다. AI는 전령을 날카롭게 만들지만, 전령을 믿어야 할 필요 자체를 없애지는 못합니다.

이 문제를 가장 치열하게 들여다본 연구자들에게서 빌려온 정직한 태도는 이렇습니다. 우리에게 필요한 건 AI가 다 고쳐 준다는 맹신도, AI는 쓸모없다는 냉소도 아닙니다. 각 도구를 그것이 실제로 잘하는 일에 쓰는 겸손함입니다.

지켜볼 만한 최전선

AI의 을 자동으로 믿을 수 있게 만들 수 없다면, 대신 매혹적인 한 수가 있습니다. AI 자체를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.

AI가 그냥 숫자만 건네는 게 아니라, 어떤 모델이 어떤 입력으로 그 숫자를 냈는지 증명하는 위조 불가능한 영수증을 함께 건네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. 누구나 확인할 수 있고 위조할 수 없는 영수증. 입력 데이터는 여전히 믿어야 하지만, 적어도 계산이 몰래 바꿔치기되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. 봉인된 칩의 증명이나 “연산 증명” 같은 암호학 기법은 지금은 초기 단계라 비싸고 투박하지만, AI와 블록체인이 서로를 강화하는 방향은 바로 여기입니다. 하나가 다른 하나를 구원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요.

앞으로 가져갈 사고방식은 이것입니다. “어떤 기술이 문제를 사라지게 하는가?”가 아니라, “그냥 믿고 넘어가야 하는 것들의 범위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?”

그 범위는 끝내 완전히 닫히지 않으니까요. 3편에서는 실제 시스템이 그 범위를 최대한 좁히는, 실전에서 검증된 세 가지 영리한 방법을 만나봅니다.


Tags: ArtificialIntelligence, Blockchain, Web3, AI, Technology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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