지워지지 않는 문신 (블록체인과 프라이버시, 1부)

한번 블록체인에 쓰인 데이터는 왜 영원히 지울 수 없는가 — 전문 용어 없이 풀어봅니다.


문신을 떠올려 봅시다.

후회할 수도 있고, 긴 소매로 가릴 수도 있고, 큰돈을 들여 흐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. 하지만 잉크는 이미 피부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. 손등에 볼펜으로 그은 자국처럼 물로 씻어낼 수 있는 게 아니죠.

퍼블릭 블록체인이 딱 그렇습니다. 다만 대상이 데이터일 뿐입니다. 그리고 이 한 가지 원리만 이해하면, 블록체인이 약속하는 것들 — 그리고 그 위험들 — 이 갑자기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.


우리가 아는 인터넷에는 ‘삭제’ 버튼이 있다

인스타그램에 창피한 걸 올렸다면 내릴 수 있습니다. 어떤 사이트가 나에 대한 거짓을 퍼뜨리면, 법원이 삭제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. 늘 빠르고 쉬운 건 아니지만, 어쨌든 책임지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— 회사, 서버, 삭제 버튼을 쥔 관리자.

바로 그 “책임지는 누군가”를, 퍼블릭 블록체인은 일부러 없애도록 만들어졌습니다.

블록체인은 전 세계 수천 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나눠 갖는 공유 기록입니다. 어느 한 회사가 소유하지 않고, 어느 한 사람이 바꿀 수 없습니다. 그게 핵심입니다 — 어떤 정부도, 기업도, 나쁜 사람도 역사를 몰래 고쳐 쓰지 못하도록 설계된 것이죠.

멋지게 들립니다. 뒤집어 보기 전까지는요.


같은 특징, 반대편에서 보면

퍼블릭 블록체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. 한 번은 장점으로, 다시 한 번은 위험으로 읽어 보세요.

영원히 남는다. 정보가 쓰이고 확정되면 그대로 남습니다. 영원히. 수천 개의 복사본이 존재하고, 고칠 수 있는 원본이란 게 없습니다. (장점: 아무도 당신의 기록을 위조할 수 없다. 위험: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.)

누구나 본다. 어디에 있는 누구든 그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. (장점: 완전한 투명성. 위험: 완전한 노출.)

책임자가 없다. 삭제 요청을 보낼 본사가 없습니다. (장점: 검열에 강하다. 위험: 신고에도 강하다.)

이제 이 셋을 합치고, 어두운 질문을 던져 봅시다. 누군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여기에 써넣는다면 — 상대를 해치려는 의도로 — 어떻게 될까?

집 주소, 병원 기록, 비밀. 내려질 수 있는 웹사이트가 아니라, 누구도 치료해 줄 수 없는 기계의 ‘문신된 피부’에 새겨지는 것입니다.


‘그냥 지우면 되잖아’가 안 통하는 이유

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. 개발자가 프로그램에 삭제 기능을 넣으면 되지 않나?

넣을 수 있습니다 — 그런데 기대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. 블록체인에서 ‘삭제’는 현재 화면에서만 가립니다. 원래의 기록은 여전히 영구 히스토리에 남아,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읽을 수 있습니다. 만 부의 복사본을 이미 전 세계에 우편으로 부친 뒤, 내 책에서만 그 페이지를 찢어내는 것과 같습니다. 내 사본에서는 사라졌죠. 다른 모두의 사본에는 그대로 있습니다.

수천 대의 익명 컴퓨터에까지 닿을 수 있는 법원 명령은 없습니다. 소송을 걸어 따르게 만들 회사도 없습니다. 피해자도 지울 수 없고, 개발자도 지울 수 없습니다. 그냥 남습니다.


암호화폐를 만질 일이 없어도 이게 중요한 이유

이건 단지 기술자들의 퍼즐이 아닙니다. 험악한 이별, 스토커, 혹은 온라인 집단 공격의 도구를 상상해 보세요 — 거기에 ‘절대 잊지 않기’ 버튼이 달렸다고요. 오늘날엔 결국 웹에서 지워낼 수 있는 종류의 사적 폭로가, 블록체인 위에서는 영구히 남을 수 있습니다.

이것이, 대개 순수한 진보로 포장되어 팔리는 기술의 불편한 그림자입니다.

하지만 반전이 있습니다. 그리고 이것이 이 글이 한 편의 우울한 에세이가 아니라 시리즈인 이유입니다. “영원히 지울 수 없다”는 말은 알고 보면 절반짜리 이야기입니다. 피해를 무디게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들이 있고 — 더 중요하게는, 애초에 그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.

그 이야기를 2부에서 이어갑니다. 지울 수 없다면, 우리는 정말 무력한 걸까?


블록체인과 잊힐 권리에 관한 3부작의 1부입니다. 다음 편: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나머지 절반의 이야기.


Tags: 블록체인, 개인정보보호, Web3, 기술, 데이터보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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